나.
어느덧, 서른일곱이라는 견장을 두르게 되었다.
멋모르고 처음 내 자신을 찾아가던 내 가장 빛났었던 20대 초반,
서른 즈음에 라는 노래를 불러가며 안녕을 고했던 20대의 마지막 시절들,
그리고, 여기 일본이라는 땅에 온지 어느덧 7년차....
그렇게 30대 마저 얼마 남지 않게 된...
믿었던 것들, 확신했던 것들, 자신있었던 것들.....
그 모든것들이 이제 다 어디에 숨어 있는지.
모두 남아 있기는 한건지.
쉼없이 생각에 생각에 생각이 가지를 치던 머리는 이제
스스로 두통을 일으키며 움직이기를 거부하는 듯 하다.
반쯤 죽은 시체처럼,
쪼그리고 올라 앉은 의자에 기대거나,
절반만 일으킨 등을 침대에 묻어 가며,
생각이 별로 없어도,
그냥 흘러가며 지나치는 재미거리들에
흠뻑 취해서 지내려고 한다.
내 스스로가 이끌어가던 내 매일의 일상이,
이제는 그냥 흘러가는것 조차 둔감하고 싶어하는
헐떡이며 쫒아가려는 노력조차 귀찮아 하는...
호흡기에 연명하며 정맥으로 링거액을 흘려넣는 살덩어리가 되어버렸다.
요 며칠간 미친듯 생각하기가 싫어서
보고, 또 찾아 보고, 또 보고...
그렇게 영화며, 만화며....
다른때 같으면, 본 영화, 만화들을 끄적이며 남겨야 겠다고 할테지만,
이젠 그냥 흘린다..
그렇게,
내 하루하루가 흘러간다....
다시 시동을 걸어야 한다.
내 삶을 내가 다시 끌어가야 한다.
나이가 든다는걸,
느낀다.
늦어졌다.
내 머리속의 속도는.
빨라졌다.
세상의 속도는.
그렇게 여유스럽게, 자신있던 나는 사라지고.
늘, 시간이 아쉽고, 아깝고,
그러면서도, 실천은 안하고, 스트레스에 두통만 불러 일으키는
내가 있다.
그게
'나'가 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