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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지산
    페이퍼 2009. 1. 1. 22:52
    2004.12.24 00:21

    일본에 온지 어느덧 2년하고도 절반이 넘어버렸다.
    일본 하면 쉽게 생각 나는 후지산이란곳을,
    그렇게 오래 지나서야 처음으로 의식할만한 장소에 가게 되었다.
     
    동경에서도 날씨가 좋은날은 보이기도 하지만,
    이제까지중에 제일 가까이 가본것 같다.
     
    후지산을 오르거나 한것은 아니지만,
    먼 동경에서도 보이던 흰색의 그 정상을,
    그 커다란 덩치의 밑둥 먼 그늘에서 바라보게 되었다.
     
    크다....
     
    그런느낌.
     
    아침나절부터 오후 해질녘까지,
    머리위에 흰색의 구름덮개를 걸치고 있던 이 녀석이
    저녁이 되어 해가 뉘엿거리자,
    어느새 붉은빛 비로도를 걸칠 준비를 하며
    느릿 느릿 움직이고 있었다.
     
    하루에도 아침과 저녁으로 그 시작과 끝을 알리는 구분이 있듯,
    우리의 인생에도 내가 붙이든, 남이 판단하든 구분이 딸려 다니게 된다.
    남들보다 조금 늦게 그 딱지를 붙이는 것이,
    손해보는것같이 빠르게만 돌아가는 세상이 되버렸기에,
    모두들 빠른것에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감탄을 하며
    서로 그것을 쫓아가려고
    바둥거린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난 느린것이 좋다.
    자동차를 타고 지나간 길은 너무 빨라서,
    다음에 다시 갈때 그 세세한 하나하나 기억할리 만무하고,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길은,
    내 발치의 작은 하나조차도 살펴볼수 없이 앞만 보며 가야하지만,
    내 두발로 타박거리며 지나간 자취속에는,
    발부리에 걸리는 작은 돌멩이 하나도 다시 돌아가 살펴볼수 있고,
    뒤를 보고 꺼꾸로 걸어가도 무엇하나 잘못되지 않는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인간에게 편리해져 갈수록,
    지구는, 우리의 이 자연은,
    아파하며 힘들어 한다.
     
    몸을 힘들게 움직여 농사를 짓고, 고기를 잡던때에는
    자연이 모자란적은 없었을 것이다.
    지금은,
    필요 이상으로 쉽게 너무 모든것들을 긁어 모으기에,
    두번다시 볼수 없게 된것들,
    조금있으면 사라질것들이
    너무 많아졌다.
    이제서야 늦게 깨닳은 몇몇들이 고쳐보려 애를 쓰지만,
    그것이 어려운 것은,
    어쩌면 우리 인간이라는 동물들이
    벌써 멸망으로의 길에 접어든지 너무 오래되버려서 인지도 모른다.
     
    아침부터 저녁나절까지,
    이런 저런 곳을 돌아다니며,
    몸이 피곤할 정도로 바쁘게 움직였지만,
    시간이 지나 결국은 돌아오는 발걸음을 서둘러야 했지만,
    산은,
    그냥 그렇게 변함없이 서 있었다.
    시간은 아름다운 것들로 산을 가꾸고 바꾸어 주지만,
    우리에게는 잡을수 없이 흘러가기만 하는
    아쉬움의 한편이리라.
     
    그렇게 시간을 넘어서는 것은 산에게도 불가능하겠지만,
    그 시간을 느릿느릿 받아들이는것은
    우리가 할수 없는
    산만이, 아니 자연만이 할수 있는
    여유로움이 아닐까.
     
    느릿느릿,
    여유스럽게,
    그렇게 꿈만꿀수 있다면.....이라는
    꿈을 오늘도 또 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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