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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산(Casshern)
    페이퍼 2009. 1. 1. 22:32
    2005/01/09 22:44

    케산.
    내 나이 또래의 사람이라면
    적어도 어렸을적 한번쯤은 흉내라도 내본 기억이 있을것이다.
    어머니의 영혼이 담긴 백조와,
    무엇으로든 변신하던 세퍼트를 데리고 다니는
    그야말로 정의의 사도,
    로보트 군단을 무찌르는 우리의 영웅.
     
    요즘,
    나의 옛 기억들을 떠올리게 해주는 것들이 참 많아졌다.
    늘 5시반만 되면 티비앞으로 달려가,
    7번에 채널을 고정시키고 한참동안 무아지경에 빠져 보던 만화들,
    유행처럼, 예전의 그것들이 속속 다시금 새모습으로 단장하고 내 앞에 나타난다.
    (티비 게임기의 유명한 소프트중 하나로 슈퍼로봇대전이란것이 있다.
    화려한 쓰리디기술이나, 팔등신의 미녀가 나오는 게임이 아닌것에 분명함에도,
    오타쿠마져 거느릴정도로 인기있는 이 게임은, 지나간 옛 만화의 로봇들이 대거,
    아니 놀랄정도로 많이 등장한다는 것이 최대의 장점? 이랄까. 시리즈의 시리즈를 거듭해서
    아직도 만들어지고 있다. 역시나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사는 동물인가.)
     
    꽤 오래전에 티비에서 광고하는것을 보고,
    끌리는 마음에 보고싶었지만,
    일신상의 여러 악조건으로 인해,
    이제서야 겨우 보게 되었다.


    인트로를 딱 보는 순간
    웬지, 공각기동대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나만 그랬을 려나...)
    감독이 만들어 놓은 세계관은 어둡고, 암울한 여러 공상과학 영화와 만화의 이미지가 짬뽕되어있는 웬지 중국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칙칙한 세계였다.
    내용을 보기도 전에 벌써 멸망을 향해 가는 모습이 상상되 왔으니 뭐.

    중간에 느리게 슬라이드인 하면서 화면 가운데를 채운 케산의 투구(만화에서의)
    하지만 영화가 끝나는 그순간까지 주인공은 투구를 쓴적이 없다.
    케산이 다시 태어나 등장하는 그 순간, 투구는 절반쯤 부수어 진체 뒹구는 모습이
    잠시동안 스크린에 비추었을뿐.
    어 쩌면 모태만 만화에서 빌려온 것이라는 감독의 무언의 의미였을지도.(진정한  투구의 메타포가 무었이었을까. 나는 투구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중반이 흐를때까지도 투구쓴 모습을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과연 저 투구는 언제 쓸것인가...라며)


    조그마했던 친절의 베품으로
    목숨을 바치는 모습.
    거기다 그 캐릭터는 (평범한 기준으로 볼때) 정상이 아닌 불완전의 존재.
    노틀담의 곱추가 겹쳐졌지만,
    티비에서 자주 보던 코미디언이 등장하는 모습은 색다른 느낌도 없었다고는 말할수 없었다.
    (뭐 대사는 한마디도 없었다. 목젖을 짜내는 소리와, 흘리는 침만으로도 충분히 표현 가능한 캐릭터였기 때문일까)
     
    극중에서 주인공의 이름은 테츠오 였다.
    사무라이식의 결투장면에서, 친절하게도 서로에게 이름을 읊어 주고,
    그 속에서 우리의 주인공은 케산으로 요미카에리(환생)한다.
    뭐 죽음에서의 환생과, 자아를 깨우침으로써의 결심의 환생....
    영화는 내내 인간 존재의 문제를 삶이라는것, 행복이란것들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있었다.
    (그런데 테츠오란 이름, 아키라에서 들어본것 같지 않은가? 붉은 망토를 두를때부터 느꼈지만, 아키라가 곳곳에 숨어있는 느낌을 받았다. 감독의 오마쥬? 그런것인가?)


    맨손의 격투신은
    둘을 가운데 두고, 무수한 전장의 화면이 오버래핑되면서
    빙글빙글 돈다, 돌고, 또 돈다.
    두시간 남짓의 시간은 감독에게는 너무 짧았는지, 관객에게 말하는 독백같은 질문의 나래이션은 끊임없이 흘러나왔지만, 크로스 카운터까지 나오는 장면을 보며
    난 다시한번 내일의 죠 마져 겹쳐버리고 말았다.
    (하얗게 태워버렸어....휘유~ 그래서 머리색이?)

    감독은 영화 내내 무언가 말하고 싶어 어쩔줄 몰라했다.
    장군의 아들과의 마지막 전화 통화에서 마지막 중얼거림,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가
    인간은 살아간다는것 자체가 누군가를 불행하게 만드는것 이라던가.
    존재 자체의 의문, 존재의 이유,.....
    동물중 오직 유일하게 인간만이 가지는 공통적 질문을 계속 반복해서 던지고 있었다.
    (극소수의 인간만이 이 질문의 답을 찾으려 헤메임과 고민의 나날을 반복하고 있을뿐, 대다수의 사람들은 망각이라는 손쉬운 타협으로 이런것들을 잊고 살고 있지만...)
     
    결국 감독의 최후의 메세지는 희망 이었다.
    길고긴 나레이션의 마지막에 힘주어 말하는 두글자가 최후 메세지가 맞다면 말이지.
    엔딩의 화면조차도 아키라를 그대로 가져온듯 보였지만,
    최악의 엔딩'성원'보다는 나으니 뭐 불만은 말하지 않겠다.
     
    쓰고 보니, 무슨 '헐리웃 키드의 생애'를 말해놓은듯.
    하지만, 감독과 나의 코드가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남기는것임을 눈치챘다면,
    한번쯤 찾아서 보아봄도 좋을듯 싶지 않을까?
    하고싶은 말이 참 많은데, 페이퍼 용량 제한이 첨부화일뿐만이 아니란걸 오늘 알아버렸다.
    실은, 중간에 용량 초과로 인해 글을 깡그리 날려버렸다는....
    다시 기억을 되짚어 글을 쓴다는것 참 고역이 아닐수 없다.
    마치 에러로 한시간동안 쓴 이메일이 허연 빈칸만 남기고 에러로 떨어지는 경험을 오늘 또 느꼈다고나 할까...
    (DVD소장목록 후보가 자꾸 늘어만 간다. 일단 카우보이비밥을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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